노랴이 콴의 실패
[ I will put money on her succes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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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할머니 도와주세요!”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노랴이 콴은 잠에서 깨었다. 창문을 때리는 거센 빗줄기에 묻혀 소녀의 말소리는 분명하지 않았지만, 콴은 무언가 불길한 예감을 느꼈다. ‘제방이 무너져버린 게 틀림없어.’ 그녀는 삐걱거리는 침대에서 서둘러 몸을 일으켰다. 외출복으로 갈아입을 여유가 없었다. 제방이 무너졌다면 마을까지는 얼마 되지도 않는다. 노랴이 콴은 판초우의를 뒤집어쓰고, 그녀만큼 낡은 지팡이 하나만을 챙긴 채 문밖을 나섰다.
“밧시였구나. 어서 가자꾸나. 그런데 어느 쪽이 무너진 거니?” 콴의 질문에 바샤놀은 무슨 말을 하는 거냐는 듯이 대답했다.
“아무것도 안 무너졌어요.”
“그럼 무슨 일로 이 밤 중에 할머니를 찾은 거니.”
“제 동생이 엄청 아파요. 갑자기 기침도 하고 막 열도 나요. 할머니가 도와주셔야 해요!” 바샤놀은 콴의 손을 붙잡고 제집을 향해 뛰었다. 바샤놀의 다급한 마음이야 어찌 모르겠느냐마는, 비 맞은 초지는 미끄러웠고 어린 소녀의 뜀박질을 따라가기에 노랴이 콴의 몸뚱이는 한참 낡아버렸다. 무릎을 강하게 하는 주문을 엮고 발밑을 단단하게 하는 주문을 읊었지만 도움이 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녀는 지팡이로 연거푸 땅을 짚으며 겨우 속도를 맞췄다.
겔렙 씨 댁 근처만 왔을 뿐인데도 약초 태우는 냄새가 물씬 풍겼다. 문을 열자 그 냄새는 코를 찔러 숨을 쉬기 어려울 정도였다. 맡아보니 해열에 도움을 주는 약초를 갈아서 연기를 내는 듯했다. 안으로 들어가자 겔렙 가문의 일원들 사이로 노랴이 콴에게 익숙한 사람이 한 명 앉아 있었다. 그 사내는 근방에 이름난 약초꾼이었다. 동라박 산맥의 가장 거친 곳까지 올라가 제일 효능이 좋은 약초만을 캐오는 실력자였고, 약초 쪽으로는 콴도 이전에 신세를 진 적이 여러 번 있었다.
침대 위에서 소년은 끙끙 앓았다. 흘린 땀으로 침대와 베갯잇이 흠뻑 젖어있었다. 마그넙 겔렙 씨가 소년의 옆에서 자리를 비켜섰다. 콴은 그 자리에 앉아 소년의 상태를 살폈다. 약초꾼이 옆으로 다가와 귓속말로 속삭였다. “어르신, 이 아이 푸른열입니다. 식견이 부족한 제가 봐도 가망이 없다는 걸 알 정도로 푸른색이에요. 아마도 내일 아침을 보지 못할 겁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소년의 통증을 좀 덜어주는 정도밖에 안 될 거예요.” 노랴이 콴이 살펴보니 과연 푸른열이다. 소년의 가슴팍이 마치 코모린 뿔에 받히기라도 한 듯 시퍼렇게 물들어 있었다.
노랴이 콴은 폐부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냄새를 맡아본바, 약초꾼은 그가 구할 수 있는 가장 효능 좋은 약초만을 골라 연기를 피웠다. 그럼에도 약초는 푸른열을 상대로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 “아마도 자네 말이 맞을 걸세. 그래도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봐야지 않겠나.” 그녀는 약초꾼에게 연기의 성분을 바꾸도록 부탁했다. 그리고는 가족들로 하여금 다른 방으로 물러나 있도록 했다. 그들은 절벽에 매달린 채 썩은 나뭇가지라도 붙잡는 심정으로 순순히 방에서 나갔다.
약초꾼과 소년과 노랴이 콴. 이렇게 세 사람만이 방에 남았다. 방은 더할 나위 없을 만큼 적막 속이었다. 노랴이 콴은 소년의 손을 꽉 붙들고 마법을 써보았다. 헐거운 언어로 짜 맞춰진 회복의 마법은 무디게 움직였음에도 가장 깊숙한 곳까지 찌르고 들어간다. 이러한 마법이 익숙하지 않았지만, 콴은 최선을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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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음의 향기에 눈을 떠보자, 전혀 다른 세상이었다. 이곳을 뭐라 불러야 할지 노랴이 콴은 아는 바가 없었다. 그러나 여기가 어디인 줄은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숲이었다. 두꺼운 닷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서 있고, 자라난 잡초가 바람결에 흔들리며 그녀의 종아리를 간질였다. 이 숲에 길이랄 만한 것은 없었다. 어디론가 가고 싶다면 길은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숲의 섭리일 터였다. 노랴이 콴은 걷기 시작했다.
그녀는 정처 없이 걸었다. 찾아야 할 사람이 있었지만 어디로 가야 그를 찾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 숲의 주인이란 본디 그런 존재이기 때문이다. 어디서 그를 찾을 수 있을지는 모를 일이지만, 숲에 주인이 존재한다면 어떻게서든 만나게 될 것이다. 다만 그녀가 걱정하는 한 가지는 이 숲이 이미 주인을 잃어버렸을지 모른다는 점이었다. 한발 늦었다면 결코 되돌릴 수 없다. 기회조차 박탈당한 것이 아니기를 노랴이 콴은 마음속으로 빌었다. 그러나 그녀의 마음 한구석에서 불안한 마음은 좀처럼 가실 줄을 몰랐다.
도중에 콴은 매캐한 냄새를 맡았다. 마치 젖은 풀에 억지로 불을 붙여 태우는 듯한. 슬쩍 고개를 돌려 어깨 너머를 확인하자, 먼 곳의 하늘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이 보였다. 새파랗게 타오르는 불꽃이 숲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노랴이 콴은 발걸음을 서둘렀으나 열기는 덮쳐오는 파도처럼 순식간에 그녀 쪽으로 밀려들었다. 임시방편으로 짜 맞춘 보호 마법이 얼마간 제구실을 했지만, 고통의 시간을 조금 미뤄두는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노랴이 콴은 자신의 것이 아닌 고통으로 신음하면서도 달리는 발걸음을 조금도 늦추지 않았다.
숲의 끝자락에서 노랴이 콴은 숲의 주인을 발견했다. 여기서 그는 아직 건강할 때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마그넙 겔렙과 루신다 못후의 아들이며 바샤놀 겔렙의 하나뿐인 남동생. 노랴이 콴에게 고장난 장난감을 고쳐달라며 숨겨두었던 쿠기 한 상자를 내밀었던 소년. 나즈리 겔렙은 숲의 가장 끝자락 낭떠러지에 홀로 앉아있었다. 그는 불타오르는 자신의 숲 전체를 등지고서, 닥쳐오는 시퍼런 불길을 등지고서,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아가, 여기 이러고 있으면 안 된다. 어서 돌아가야지.” 콴이 인기척을 내자 그제야 고개를 돌아보았다.
“노리 할머니? 여긴 어쩐 일로.”
“너를 데려오려고 왔단다. 가족들이 기다리고 있어.”
“…할머니도 아시잖아요. 저 불길은 숲을 다 집어 삼키기 전까지 절대로 멈추지 않을 거예요. 방법이 없어요.” 나즈리 겔렙의 말대로였다. 노랴이 콴 역시 푸른열이 절로 사라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본능적으로 그녀는 이 모든 것이 결국 실패하게 되리라는 것을 알았다. 그렇지만 숲이 잿더미로 변하는 걸 두 손 놓고 바라만 보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나즈리는 더 할 말 없다는 듯 다시금 고개를 돌려 허공을 바라보았다. 콴은 나즈리의 숲을 바라보며 두터운 언어로 보호 마법을 짜 맞추었다. 숲이 사라지면 숲의 주인도 살아남을 수 없다. 그러나 숲이 조금이라도 남아있다면 숲의 주인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그야 물론 전과 같을 수는 없겠지만, 이 상황에서 모든 것이 전과 같아지기를 바라는 것은 분에 넘치는 소망이다.
이윽고 불길이 노랴이 콴을 덮쳤다. 그녀는 두 팔 벌려 불길에 맞섰다. 그러나 시퍼렇게 불타오르는 화염은 조금씩 콴의 보호 마법을 밀어내었다. 쉬지 않고 보호 마법을 덧대었으나 넓은 영역을 모두 포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녀는 결국 숲의 끝자락까지 밀려나게 되었다. 거기까지 밀려났음에도 여전히 콴은 포기할 수 없었다.
“선생. 그쯤 하면 아무도 비난하지 않을 거요. 이만 소년을 보내줍시다. 내 할 일을 끝마칠 수 있도록.” 콴은 알 수 없는 힘이 자신을 끌어당기는 것을 느꼈다. 마법에 집중해야 할 때 그런 감각은 상당히 불편하고 또 걸리적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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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난로 위의 주전자를 가져와 노랴이 콴 앞의 찻잔에 끓는 물을 부었다. 이름 모를 찻잎이 찻잔 속에서 위아래로 춤을 추며 자신의 몸을 우려내었다. 그것은 콴의 맞은편에 있는 자신의 찻잔에도 물을 부은 뒤 자리에 앉았다. 그러나 그녀는 도통 이 상황에 집중할 수 없었다. 이곳이 어디인지 노랴이 콴은 어림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주변을 둘러보면 어디에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법한 작은 통나무집의 모습이다. 부엌도 있고 침대도 있으며 화장실까지 딸려있다. 그러나 창문 너머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새카만 어둠뿐이었다. 단순히 어두운 것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아무것도 없는 공간이라는 사실만을 노랴이 콴은 겨우 알 수 있었다.
“선생. 한 모금 하시지요.” 그것이 콴에게 말을 걸었다. 그제야 콴은 자기 앞의 찻잔을 들었다. 그러나 결국 마시지는 못했다. 그녀는 실패했다. 최선을 다한 마법은 무참하게 깨어졌고, 숲은 하나 남김없이 불타올랐으며, 나즈리 겔렙은….
“무슨 생각하시는지 압니다. 하지만 제가 해드릴 수 있는 말이라곤 ‘애당초 시도를 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것 정도뿐이군요.”
“자네는 누구인가. 왜 나를 이곳으로 데려온 거지?”
“제가 누구인지 선생께서는 이미 아시지 않습니까. 아는 것을 묻는 일만큼 무익한 것도 없습니다. 다만 뒤따른 질문에 대해서는 대답해드릴 수 있을 것 같군요. 저는 그저 선생과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어서 이렇게 자리를 마련했을 따름입니다.” 콴은 그 말을 듣고서야 마침내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그것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끝마치려 했을 뿐이다.
“그래, 죽음이 나와 무슨 이야기가 하고 싶어서.”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저는 선생의 마법을 높이 삽니다. 겹차원 세상 그 어디에서도 선생 같은 마법사는 찾기 쉽지 않을 겁니다. 선생이 마음먹고 제 일을 방해하신다면 저도 제 일을 하기 어려워지겠지요.”
“그런 걸 걱정하는 겐가. 인간들 사이에서는 ‘죽음은 반드시 이긴다’는 말이 있지. 그 말마따나 나는 결국 실패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무얼 더 볼 게 있는가. 설마 이번에는 나의 각오가 부족했다고 말할 생각인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제가 방해를 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나 매번 선생의 마법을 방해하러 다닐 수는 없습니다. 겹차원 모든 곳에서 죽음은 저의 책무니까요.” 죽음은 차 한 모금 하고 말을 이었다. “그러니 이 자리에서 선생의 목숨을 거두어가는 편이 제게는 가장 손쉬운 해결책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바람직하다고 보기 어렵지요. 제가 원하는 해결책도 아니고요. 제가 좋아서 이 일을 하는 것은 아니란 말입니다.”
“그럼 자네가 원하는 해결책은 무언가. 내가 알아서 그만둬주기를 바라는 겐가?”
“저는 선생의 심성을 잘 압니다. 하기 싫어도 누가 부탁하면 저절로 몸을 일으킬 사람이지요. 그러니 저는 맹세를 받고 싶습니다.”
“……맹세를?”
“그렇습니다. 요컨대 저는 선생께 변명거리를 드리고자 하는 것입니다. 누군가 와서 죽어가는 자를 살려달라 부탁할 때 저와 한 맹세로 변명한다면 상대도 더 부탁하지 않겠지요.”
“나는 아직 잘 모르겠네만. 의사들이 사람 살리는 것과 내가 마법 부리는 것에 무슨 차이가 있다고 이 늙… 나를 이렇게 들들 볶는 겐가.” 노랴이 콴은 문득 죽음이 자신보다 훨씬 더 오랜 시간을 존재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존재 앞에서 ‘늙은이’ 운운하는 것이 어쩐지 부끄러워서, 그녀는 급히 말을 바꾸었다.
“적어도 의사들은 숲속에서 영혼의 본질을 찾아 구해내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몸통을 열어젖히고 약물을 들이붓는 경우는 있어도.” 듣고 보니 맞는 말 같아서 콴은 더 따지고 들지 않았다. 대신 그녀의 생각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겹차원에는 도서관La biblioteko의 책보다 더 많은 마법사가 존재한다. 그러니 세상 그 어디에서도 노랴이 콴과 같은 마법사를 찾기 어려울 거라는 죽음의 말은 시의적절하게 튀어나온 입바른 말에 지나지 않으리라. 타인의 숲에 들어가 그들의 영혼을 구해내려고 시도한 마법사가 자신뿐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웠다. 다른 누군가도 여기 앉아 죽음이 선사하는 티타임을 가졌을까. 노랴이 콴의 찻잔은 여전히 한가득이었다.
“만약 내가 그 맹세를 하지 않는다면 어쩔 셈인가. 이 자리에서 내 목숨을 거둬가려고?”
“말씀드렸지만, 그것은 제가 원하는 해결책이 아닙니다. 게다가 선생께서는 어느 시점에 무언가 중요한 일을 해주셔야 합니다. 선생이 없다고 안 될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상황이 극도로 복잡해지는 것을 저는 바라지 않습니다.” 말을 마치고 죽음은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 농담을 하는 사람의 눈빛은 아니었다. 노랴이 콴은 바로 대답하지 않고 가만히 생각해보았다. 그녀가 앞서 말한 것처럼 죽음은 결코 패배하지 않는다. 죽음은 반드시 이긴다.
하지만 지금 죽음이 이야기한 ‘맹세’는 싸움이라기보다는 동등한 위치에서의 업무 협약에 가깝다. 내어줄 것을 내어준다면 받아낼 것을 받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여기서 무엇을 받아내야 하는가. 이것이 노랴이 콴의 주된 고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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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내리던 비가 그치고 먹구름이 몰려가 창밖은 화창했다. 낮게 들이치는 햇살에 노랴이 콴은 눈이 부셔 깨어났다. 그녀의 두 손 사이에 포개어지듯 붙들린 소년의 손에는 아직 온기가 남아있다. 하지만 그 온기는 삶으로부터 온 것이 아니었다. 그저 다 타버린 숲에서 사그라지는 잔불의 그것에 지나지 않는다. 콴은 창문을 열어 약초 연기를 내보내었다. 그 소리에 약초꾼이 눈을 떴다.
“……어떻게 되었죠?” 그가 물었다. 그녀는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 약초꾼이 고개를 떨구었다.
노랴이 콴은 남겨진 가족들을 찾아가 사실대로 털어놓았다. 바샤놀은 펑펑 울었지만 부모는 비교적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듯했다. 어쩌면 다른 사람의 앞이라 애써 감정을 다잡고 있을지도 모른다. 여기서 콴이 더 해줄 수 있는 것은 없다. 그녀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공허한 위로를 남기고 집을 나왔다. 비가 내린 초지에서는 특유의 땅 냄새가 풍겼다.
걸을 때마다 주머니에서 짤그랑 동전 부딪히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온다. 노랴이 콴은 손을 넣어 동전을 꺼내어보았다. 다 합쳐서 다섯 개. 어느 차원의 동전인지 알 수 없을 만큼 난해하고 모호한 기호와 글씨가 표면에 새겨져 있다. 콴은 다시 그것을 주머니에 되돌려놓았다.
동전은 그녀가 죽음에 맹세하며 그 대가로서 받아낸 것이었다. 하나에 10년 씩, 도합 50년 동안 죽음을 미룰 수 있다. 고작 자신의 수명 늘려보겠다고 받아온 게 아니었다. 죽어가는 아이를 살려낼 수 없다면, 최소한 몇 년이라도 죽음을 미뤄보고자 함이었다. 할 수 있다면 나즈리부터 살리고 싶었다. 그러나 이미 죽은 자를 되살리는 것은 죽음을 몇 년 미루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위험한 일이다. 죽음은 그것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사실은 이 동전을 건네는 것도 썩 좋아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 댓가로 노랴이 콴은 낙인찍혔다. 그 낙인은 오직 죽음에게만 보이는 형태로 그녀의 몸 어딘가에 찍혀있을 것이다. 타인의 숲에 들어가려 시도만 해도 낙인은 즉시 신호를 보내리라. 그리고 죽음이 찾아와 맹세를 어긴 대가를 요구하겠지.
“말년에 놀다 갈 줄 알았거늘, 할 일이 생겼구나.” 그녀는 순순히 죽음의 말에 따라줄 생각이 없었다. 낙인의 구조를 교란시킬 수 있다면, 죽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사람을 구할 수 있을지 모른다. 쉬운 일은 아니겠으나 어렵다고 시도하지 않을 콴이 아니었다.
무고한 자의 생명을 구하는 일은 단 한 번도 쉬웠던 적이 없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