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우리는 글쟁이가 된다.
2017. 12. 5. 16:27
무거울수록 오래간다는 말이 있다. 돌에 새긴 기록은 만년을 가고, 나무에 새긴 기록은 반만년을 가고, 종이에 새긴 기록은 천년을 간다. 그리고 기록 매체가 가벼워질수록 저장 기한은 급속도로 짧아진다. 나는 컴퓨터를 켜고 손수 만든 도구를 단자에 연결했다. 과거의 고고학은 유물을 발굴하고 잃어버린 사원을 모험하는 멋진 일이었다. 물론 시간이 흘렀다고 고고학이 그 본질을 잃은 것은 아니다. 고고학은 언제나 지난 시절을 들여다보는 학문이었다. 다만, 무엇을 통해 들여다보는가. 문제의 핵심은 거기 있었다. 과거의 고고학이 비석이나 반쯤 썩은 종이를 통해 들여다보았다면, 오늘날의 고고학은 모니터가 전부였다. 나는 손수 만든 단자에 하드디스크를 연결했다. 고물상의 밑바닥에서 찾아낸 녀석이었다. “그건 원래 어떤 출..